영국의 오토바이광이었던 두 사람이 만든 작은 제작소는 이후 '여자 꼬시는 차'라는 질투를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들게 된다. 이글에서는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JAGUAR)의 초기 역사와 스포츠카로서의 D-타입의 성공, 그리고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E-타입의 탄생에 알아보겠다.
1. 재규어(JAGUAR)의 초기 역사
재규어(JAGUAR)는 윌리엄 라이언스(William Lyons)와 윌리엄 웜슬리(William Walmsley), 두 사람이 만든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car Company)라는 이름의 작은 제작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토바이광이었던 두 엔지니어가 세운 이 회사는 처음에는 사명대로 모터사이클에 장착하는 사이드카를 제작하였으나, 1931년에 시험적으로 자체 제작한 자동차 모델 SS1(당시 사명인 Swallow Sidecar의 이니셜)이 뜻밖의 성공을 이루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고급 자동차의 대표 브랜드인 벤틀리(Bentley)를 닮은 이 모델은 벤틀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격으로 많은 판매고를 이루었고, 이에 초기 성공을 거둔 회사는 이후 여러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자동차만을 제작하는 회사로 방향성을 잡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항공기 주날개의 골조를 생산한 회사는 전쟁 후 사명을 재규어로 바꾸었고 전쟁 중 습득하게 된 경량 합금 구조물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XK엔진을 개발하였다. 수석 엔지니어 윌리엄 헤인즈(William Heynes)는 전쟁 중에 의용 소방대에서 복무하면서 6기통 3.4 리터의 이 엔진의 기본 설계를 하였고, 전쟁이 끝난 후 벤틀리 자동차 회사 출신의 엔진 장인 월터 핫산(Walter Hassan)과 튜닝의 귀재 해리 웨스레이크(Harry Weslake)가 걸작인 이 엔진을 완성시켰다. 아름답고도 파워풀한 이 엔진은 그 후 오랫동안 재규어의 시판차와 경주차에 쓰이게 된다.
2. D-타입(D-type)의 성공
XK엔진을 처음 탑재한 재규어 'XK120'은 1948년 런던 모터쇼의 스타로 등극하면서 재규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XK120에서 '120'이라는 숫자의 뜻은 최고 시속이 120mile(193km)라는 의미로 당시 양산차에게는 꿈의 영역에 해당하는 속도였다. 이후 재규어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카 레이싱에 출전하기 시작하였고 XK엔진을 사용한 레이스카인 C-타입(C-type)과 D-타입(D-type)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으며, 특히 D-타입은 최고의 레이싱 대회 중 하나인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정복한 전설이 되었다. D-타입의 외관은 영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 러프버러 출신의 공기역학자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의 작품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 제작사 브리스톨에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싱으로 증명된 XK엔진을 유지하되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외관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재규어 D-타입은 높은 출력을 가진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곤 했는데, 이는 고속주행 시 차에 작용하는 양력을 최소화함으로써 강한 옆바람이 부는 조건 속에서도 높은 주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타트라와 폭스바겐의 디자인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요소로써 자동차 외관의 공기역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3. E-타입(E-type)의 탄생
재규어의 최고 작품인 'E-타입(E-Type)'은 스포츠카 형태를 가진 로드카로 D-타입의 걸출한 성능을 물려받은 일반도로용 차량이다. 창업주인 윌리엄 라이언스는 차량 뒷부분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팔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당시 최고의 스포츠카 성능에 경쟁 모델 대비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섹시한 스타일링을 겸비한 E-타입은 모터쇼에 출품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몰고 왔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중 하나인 E-타입은 D-타입을 디자인한 말콤 세이어의 또 다른 작품이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곡선과 잘 잡힌 균형, 시속 240km의 최고 속도와 7초 이하의 제로백을 겸비한 성능에 당시 가능한 첨단 기술이 모두 도입된 E-타입은 안락한 승차감과 함께 경쟁 모델인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 마세라티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까지 모든 부분에서 완벽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 때문인지 "여자 꼬시는 차"라고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E-타입은 경제적 슈퍼카로 멋진 스타일과 진정한 기술력을 보여준 1960년대 영국 자동차의 아이콘이 되었다. 북미 시장에서는 XKE라는 명칭으로 판매된 E-타입은 1974년 생산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총 72,500대가 제작되었고 현재까지도 수억원을 넘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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